코다 영화 리뷰: 침묵 속 울려 퍼지는 꿈과 감동
영화 <코다(CODA)>는 평범한 음악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감정의 깊이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청각장애인 부모와 오빠 사이에서 자라며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루비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자신만의 미래를 찾아가는 감동적인 여정을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으며,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해 작품성과 메시지를 모두 인정받은 수작입니다.
줄거리
고등학생 루비는 어릴 적부터 부모와 오빠를 대신해 수어 통역을 도맡아 왔습니다. 가족 모두가 청각장애인이기에,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루비는 집안의 중요한 연결 고리였습니다. 매일 이른 새벽에는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가 어업을 돕고, 학교에서는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려 애쓰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종종 놀림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루비에게 유일한 위안은 노래였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마이슨이라는 친구가 합창부에 지원하는 모습을 본 루비는 용기를 내어 자신도 합창부에 들어갑니다. 노래를 부르던 루비의 목소리에 감동한 음악 교사 ‘비’는 그녀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개인지도를 제안하며 미국 최고 음악 대학 중 하나인 버클리 음대를 준비해보자고 권유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루비가 자신의 꿈만을 좇기엔 가족의 생계가 너무나 무겁다는 것입니다. 청각장애인인 부모와 오빠는 어업 활동을 하면서 청인들과의 소통에서 늘 어려움을 겪었고, 루비의 존재는 그들의 ‘귀’ 역할을 해왔습니다. 가족은 루비의 노래에 직접적인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루비 역시 자신의 열정을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합창부 활동 중 루비는 마이슨과 함께 듀엣을 하며 점점 가까워지고, 음악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루비는 가족을 떠나 자신의 꿈을 좇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에 빠집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합창부의 학부모 초청 공연에서 찾아옵니다. 루비의 가족은 음악을 들을 수는 없지만, 다른 관객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통해 루비의 무대가 얼마나 감동적인지 시각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특히 루비의 아버지는 루비가 노래하는 얼굴과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처음으로 딸의 세계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후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루비에게 직접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며, 그녀의 목소리를 성대의 진동과 표정을 통해 느껴보려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루비는 가족의 응원 속에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 오디션은 루비가 가족과 자신 모두를 위한 새로운 길을 걷게 되는 출발점이 됩니다.
감독 및 출연진
이 작품은 션 헤이더(감독)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사회적 소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섬세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풀어내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연인 에밀리아 존스는 루비 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력과 함께 노래 실력까지 선보였으며, 트로이 코처, 말리 매트린, 다니엘 듀런트 등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들이 루비의 가족을 연기해 진정성을 더했습니다. 특히 트로이 코처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역사적인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이 영화의 대본 중 약 40%가 수어로 이루어졌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며, 장애에 대한 인식과 표현 방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감상평
이 영화를 보며 가장 강하게 와닿았던 부분은 ‘소통의 한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모와 오빠,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는 루비 사이의 간극은 때론 너무도 크지만, 그 벽을 넘어서려는 마음은 더 강했습니다.
특히 공연장에서 루비의 아버지가 관객들의 표정을 통해 노래를 느끼는 장면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청각장애로 인해 직접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딸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보는 순간, 그 어떤 소리보다 더 깊은 감정을 전달받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또한, 루비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모든 세대의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가족에 대한 책임과 개인의 미래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는 갈등일 수 있으며, 이 영화는 그 고민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냈습니다.
‘희생’이라는 단어가 가족 안에서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응원으로 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영화 <코다>는 단순히 음악을 주제로 한 성장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다름’을 이해하고, ‘소통’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며, 가족 간의 무언의 유대를 가장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 수어와 음악이 어우러진 독특한 서사, 그리고 현실에서 진짜 농인 배우들의 출연으로 이 영화는 단지 감동적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깊이를 가집니다.
코다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은 이기적인가, 그리고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뿐 아니라, 관계 속에서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