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보이지 않는 권력과 젠더 영화가 던지는 질문

영화 <콘클라베>는 종교와 권력이 교차하는 특별한 순간, 교황 선출이라는 엄중한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권모술수와 숨겨진 진실을 담아낸 스릴러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성직자들의 투표 장면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이중성과 집단이 지닌 보수적인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이야기는 시작부터 관객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신의 뜻을 대변한다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보여주는 갈등,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억압된 진실이 충돌하며 서서히 드러나는 전개는 마치 밀실 심리극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반전의 충격에 그치지 않고, 종교 사회의 성별 권력 구조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관객 스스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줄거리

영화의 서두는 교황의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으로 시작됩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고위 성직자들, 즉 추기경들이 로마로 모여들고, 이들은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전통적 절차인 콘클라베에 돌입하게 됩니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 진행되는 이 의식은, 겉보기엔 매우 엄숙하고 경건하지만, 실상은 정치와 권모술수가 얽힌 치열한 심리전의 무대입니다.

주인공 로렌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즈)은 콘클라베 의장을 맡아 회의의 질서를 유지하며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회의장은 점차 개인의 욕망과 집단의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는 전장으로 변해갑니다. 유력 후보들은 저마다의 지지 세력을 모으며 표심을 잡으려 하고, 상대 진영을 무너뜨리기 위한 흑색선전도 서슴지 않습니다.

후보 중 일부는 과거에 얽힌 성추문, 정치 스캔들, 재정 부정 등이 폭로되며 낙마하게 되고, 인종적 배경이나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적 인식이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유럽 출신 중심의 기존 권력 구조와, 아프리카 및 남미 출신 추기경들의 반발이 맞서며 선출 과정은 혼돈으로 빠져들고, 성당 밖에서는 폭탄 테러 사건까지 발생해 이를 여론전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한편, 영화는 의식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조력자 또는 하위 계층으로만 국한되어 있는 현실을 조명합니다. 수녀들은 콘클라베를 뒷받침하는 하인 같은 존재로만 기능하며, 회의의 결정권은 오로지 남성들에게만 주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성별 불균형은 영화 내내 은근하게 반복되어 나타나지만, 본격적인 문제 제기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드러나게 됩니다.

결국 여러 차례의 투표 끝에 한 인물이 새 교황으로 선출되고, 추기경들은 그를 중심으로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로렌스는 이 새 교황이 사실 출생 시부터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지닌 인터섹스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사실은 오직 로렌스만이 알고 있으며, 나머지 인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환호하고 박수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이 결말은 단순한 반전 효과를 넘어, 영화 내내 암시되어왔던 성별 권력 구조와 종교적 위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터뜨리는 순간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감독 및 출연진

<콘클라베>는 2022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아카데미 4관왕을 이끌었던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의 신작입니다. 그의 연출은 이번에도 탁월한 긴장감 조성과 절제된 감정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연인 레이프 파인즈는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는 추기경 로렌스를 맡아,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사벨라 로셀리니 등 베테랑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레이프 파인즈는 인간성과 신념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을 고요하면서도 깊은 연기력으로 소화해내며, 극의 중심축을 단단히 붙잡아 줍니다.


마무리

영화 <콘클라베>는 ‘종교적 절차’를 배경으로 하지만, 단순한 성직자들의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권력, 비밀, 보수성, 젠더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사회 이슈들을 촘촘하게 엮어내며, 다양한 층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뛰어난 드라마이자 스릴러입니다.

비록 극적인 요소보다 심리전과 긴장감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대중적인 액션이나 속도감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조금 느리게 느껴질 수 있으나, 스토리와 상징성 면에서는 매우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 지수 93%, 관객 점수 86%를 기록하고 있으며, IMDb 평점도 7.4로 준수한 수준입니다. 또한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을 포함해 각종 시상식에서 꾸준한 호평을 받은 만큼, 작품성과 사회성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추천드릴 만합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크 시간여행과 운명이 뒤엉킨 독창적 서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위쳐 게임과 소설을 넘어선 판타지 명작

블랙 미러 추천 넷플릭스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디스토피아적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