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삶과 죽음을 넘나든 미야자키의 회고
2023년 가을, 전설적인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오랜 침묵을 깨고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선보였습니다. 바로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명작을 남긴 감독이 자신의 인생과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는 작품을 내놓았다는 소식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개봉한 영화는 예상보다 훨씬 더 난해하고 상징적인 이야기로 관객을 맞이했습니다. 지브리 특유의 감성은 살아있지만, 명확한 설명이나 친절한 전개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작품일 수 있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전체적인 흐름과 느낀 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일본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소년 마히토는 병원 화재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큰 충격에 빠집니다. 1년 뒤,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마히토는 죽은 어머니의 여동생인 나츠코와 함께 새로운 도시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 낯선 공간에서 그는 이모이자 새어머니가 될 나츠코,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일곱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마히토는 연못 근처에서 정체불명의 왜가리를 만나게 되고, 그 새는 자신을 ‘아오사기’라 부르며 죽은 어머니가 살아있다고 속삭입니다. 이를 계기로 마히토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신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왜가리를 따라간 마히토는 오래전 조상이 건설한 거대한 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세계에서는 산자와 영혼이 공존하고, 와라와라라는 영혼들이 하늘로 승천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광경도 목격합니다. 소년은 이 과정 속에서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수많은 상징을 마주합니다.
탑의 주인이자 마히토의 선조인 ‘큰 할아버지’는 이 세계를 유지할 후계자로 마히토를 점찍지만, 마히토는 자신의 내면에도 악의가 존재함을 고백하며 이를 거절합니다. 결국 이세계는 붕괴하고, 마히토는 현실 세계로 돌아와 전쟁이 끝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감독 및 출연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전작인 《바람이 분다》 이후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지만, 창작에 대한 열정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복귀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주요 성우진으로는 산토키 소마가 주인공 마히토를, 스다 마사키가 왜가리(아오사기)를 연기했습니다. 또한 기무라 요시노가 이모이자 새어머니 나츠코 역을, 기무라 타쿠야가 아버지 쇼이치 역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이외에도 시바사키 코우, 아이묭 등 다양한 배우들이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음악은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고풍스럽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으며, 미장센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감상평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시험하는 듯한 복잡한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토리텔링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설명조차 최소화한 채 장면들이 흘러갑니다. 이 때문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친숙하고 명확한 이야기 구조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당혹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와라와라가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순수한 영혼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은, 삶과 죽음이 하나의 순환임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또한, 마히토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는 악의를 품고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인간 존재의 복합성과 불완전함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감독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교훈적인 메시지는 분명 존재합니다. 삶은 상처와 모순으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하며, 불완전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을 통해 개인적 회고와 동시에 세상에 대한 깊은 사랑과 애정을 담아내고자 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복잡하고 비유적인 구조 때문에 영화를 해석하는 데에는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독 스스로도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던 만큼, 의미를 곱씹으며 느끼는 자유를 관객에게 맡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전형적인 지브리 애니메이션과는 분명히 결을 달리하는 작품입니다. 감독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완성한 일종의 '영혼의 유산' 같은 작품으로,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인생철학을 담은 예술 작품에 가깝습니다.
모든 장면이 의미심장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난해해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걸어온 길과 그가 남기고자 했던 질문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작품은 더없이 소중한 선물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라'는 메시지를 담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여행기입니다. 이 영화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우리 자신에게도 조용히 묻게 될 것입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