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마일 미츠시마 히카리 언내추럴 세계관 스릴러 영화
시청자들의 두뇌를 자극했던 드라마 [언내추럴]과 [MIU404]를 잇는 세계관, 그리고 택배 물류를 둘러싼 연쇄 폭발 사건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만난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2025년 3월에 공개된 일본 영화 《라스트 마일》입니다. 대중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택배 시스템 속에 도사린 위협을 포착한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노동 현실과 사회 구조의 모순까지 들여다보는 사회고발형 스릴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기 아키코' 각본가 특유의 인물 구축과 복선 설계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지점에서, 기존 팬들에게는 특별한 만족감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줄거리
연중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둔 저녁,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데일리 패스트'에서 배송된 택배 상자가 갑작스럽게 폭발하면서 전국적인 혼란이 시작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지역에서 두 번째 폭발이 이어지고, 경찰과 기업 모두 초비상 상태에 돌입합니다. 마침 그 시기에 관동 지점 물류센터의 새 책임자로 부임한 '후나도 엘레나'는 혼란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며 본사, 경찰과의 협력에 나섭니다.
하지만 두 번째 폭발물은 휴대폰이 아닌 전혀 다른 품목이었고, 이에 따라 전 상품에 대한 전면 검사 명령이 내려지면서 물류 체계는 사실상 마비됩니다. 의약품 배송이 지연되며 사회적 불만이 쌓여가고, 언론은 기업과 당국을 향한 압박을 가중시킵니다. 한편, 내부 감시 시스템과 출고 기록을 조사하던 경찰은 과거 센터에서 일했던 전 직원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는 이미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임이 밝혀집니다.
이 사건의 실체는 단순한 테러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치밀하게 준비한 내부 범행의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엘레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센터 내부 기록을 몰래 삭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관객의 의심을 받습니다. 범행 수법의 정교함과 내부자 관여 가능성, 그리고 은폐 시도의 실마리가 맞물리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경찰 제4기동수사대의 수사력, 그리고 엘레나와 코우의 심리전이 교차하며, 마침내 폭탄의 정체와 진짜 공모자가 밝혀지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비인간적인 물류 시스템이 인간에게 어떤 압력을 가하는지를 묻는 사회적 질문으로 확장되어 관객을 깊은 사유로 이끕니다.
감독과 출연진
연출은 감각적이면서도 정서적인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츠카하라 아유코 감독이 맡았습니다. ‘중쇄를 찍자!’, ‘언내추럴’ 등에서 각광받은 노기 아키코 작가가 각본을 담당해, 단단한 플롯과 캐릭터 중심의 전개를 이끌어갑니다.
주인공 '후나도 엘레나' 역은 미츠시마 히카리가 맡아 내면의 갈등과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균형 있게 표현합니다. 센터의 팀 매니저 '코우' 역은 오카다 마사키가 분해, 절제된 감정 연기로 극의 무게를 더합니다. 또한 이시하라 사토미, 이우라 아라타, 아야노 고, 호시노 겐 등의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해 극에 풍성함을 더하며, 일부 캐릭터는 [언내추럴]과 [MIU404]에서의 역할을 이어 등장하는 팬서비스성 카메오로 반가움을 더합니다.
마무리
《라스트 마일》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물류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을 압박하고, 때로는 사람을 파괴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조명한 영화입니다. 택배 상자가 갖는 익숙함 속에 숨어든 공포는 우리에게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 얼마나 위협적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언내추럴 세계관의 확장판으로서 기능하면서도 독립된 서사로도 완성도를 갖춘 이 작품은, 사회문제와 장르적 재미를 모두 잡은 보기 드문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129분의 러닝타임 안에 여러 인물과 사건을 밀도 있게 배치하다 보니, 드라마 형식이었다면 더욱 풍성하게 풀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츠시마 히카리를 비롯한 배우들의 내면 연기와 노기 아키코 특유의 사회 참여적 서사, 츠카하라 아유코 감독의 안정적인 연출은 이 영화를 충분히 인상 깊게 만듭니다. 사건 해결의 쾌감보다 그 안에 담긴 무거운 현실의 단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작품, 바로 <라스트 마일>입니다.